"이렇게 소금물에 양배추를 넣고 72시간을 절여요. 그런 다음에 마늘과 멕시코 고춧가루로 버무린답니다. 이게 우리가 만든 '쿠바 김치'예요."

지난 24일(현지 시각) 쿠바 아바나시(市)의 벤다도 지역에 있는 건물 지하 1층. '한국 미술의 우정 클럽(Club Amistad De Arte Coreano)'이란 어색한 한글 현판이 붙어 있는 입구를 지나가자 비좁은 공간에 쿠바인 40여명이 모여 김치를 만들고 있다. 비닐장갑까지 끼고 김치를 버무리는 폼이 그럴싸하다.

"한국 배추는 없어서 양배추로, 고추는 멕시코산으로, 파는 양파로 대신해요." 아나 마리아(62)씨가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쿠바 김치'를 건넸다. 한국 김치와는 사뭇 달랐지만 매운 맛은 원조를 누른다. "맛있어요!" 기자가 한국말로 말하자 그제야 함박웃음을 짓는다.